인셉션, 꿈을 조작하기 시작
나의 꿈속 세계를 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우린 많은 일들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항상 꿈꿔왔지만 현실이라는 제약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들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 인셉션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꿈속 세계를 조작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타인과 꿈을 공유해서 누군가의 생각을 훔치거나 또는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심는 것도 가능하다는 상상을 실제 영상으로 구현해 낸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꿈을 조작하는 드리머들, 그중에서도 꿈속 세계를 설계하는 설계자 코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 꿈속 사기를 조작하는 방법과 규칙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꿈속의 세계를 얻은 대신 그는 현실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코브는 그의 아내 멜과 함께 꿈속 세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들은 무한한 꿈속 세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직접 알아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단 몇 시간이 꿈속에서는 몇십 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당시만 해도 몰랐던 코브는 매일과 함께 꿈속에서의 50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멜과 코브는 이왕 꿈에 갇힌 김에 그 긴 시간 동안 자신들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작업을 해보기로 합니다.
현실로 돌아갈 수 없는 비극을 맞다
그러나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꿈속을 설계할 때 특히나 코브와 멜처럼 꿈속 세계에 오랫동안 머무를 때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었습니다. 바로 현실 세계에서 가지고 있던 기록에 의존해서 꿈속 세계를 설계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실 세계의 기억으로 꿈속 세계를 만들어내면 현실과 꿈의 구분이 사라져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분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예전 기억을 토대로 꿈속 세계를 구축한 멜은 점차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게 됐고, 꿈속 세계를 현실이라고 믿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멜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게 해주는 토템을 금고 속이라는 자신의 무의식 깊은 곳에 가둬버렸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것을 깨달은 코브는 이제 강제로라도 이 꿈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생을 마감하는 걸로 말이죠. 그래서 코브는 이 꿈속 세계가 진짜 세계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는 상황에 이 세계는 가짜이며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의 마감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온 코브와 멜 그러나 이미 꿈속에서 무너져버린 무의식의 경계는 멜로 하여금 지금의 현실도 죽음을 통해 깨어나야 할 꿈속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비극으로 끝이 난 코브의 첫 번째 인셉션은 그의 꿈과 현실을 모두 가져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꿈속 세계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통제되지 않는 변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설계 불가의 공간이 되었고, 현실 세계에서의 그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없는 사회에서 사고를 친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불행을 가져온 인셉션. 그러나 코브는 그 인셉션을 다시 한번 시도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번 인셉션에 성공하면 나쁜 사람의 신분을 벗고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사람 사이토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소중함을 깨닫다
영화의 현재 시점 이야기는 그렇게 코브가 두 번째 인셉션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결말의 내용도 당연히 그의 두 번째 인셉션이 과연 성공했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이 복잡한 미로 같은 이야기의 결말에 관한 추론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코브의 두 번째 인셉션은 그런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코브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고 했던 기억 속 장면의 아이들이 결말에서 그에게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코브가 스스로 말했듯 그건 꿈이 아닌 오직 현실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강력한 토템보다도 바로 그 장면이 분명한 현실임을 알려주는 증거인 것입니다. 코브는 두 번째 인셉션에서도 림보에 빠지며 몇십 년 동안 꿈속을 헤매다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깨어난 지금이 여전히 꿈인지 아니면 진짜 현실인지를 헷갈려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사회의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 아닌 평범한 아빠로서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꿈만 같은 그 순간이 드디어 다가왔으니 현실이 마치 꿈처럼 느껴지는 건 당연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으로 토템을 돌려봅니다. 그러나 그는 곧 이제 더 이상 토템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토록 바라왔던 꿈 속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이 박제되어 있던 기억 속 이미지를 깨고 자신에게 달려왔기 때문이죠. 그리고 코브가 확인해 볼 필요가 없었던 토템까지도 드디어 그가 현실로 돌아왔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났습니다. 이제 놀란 감독이 숨겨놓은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할 차례입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관객인 우리가 봐왔던 이 모든 것은 이제 끝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화라는 꿈에서 깨어나 다시 우리의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놀란 감독은 이제 꿈을 상영하는 극장을 나서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임을 엔딩 음악을 틀어주며 마지막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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