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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악의 하루, 거짓말은 나쁜 걸가?

by 렉돌 2024. 6. 2.

영화-최악의-하루
영화 최악의 하루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는 주인공

오늘 이야기해 볼 영화는 거짓말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 "최악의 하루"입니다. 햇살 좋은 어느 날 은희는 길을 물어오는 한 일본인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통하지 않는 말 대신 직접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나선 은희는 얼떨결에 그와 함께 커피까지 마시게 됩니다. 거짓말을 만든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소설가 료헤이 은희는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지는 이 예술가에게서 호기심을 느낀 것인지 남자친구에게는 길이 막혀서 좀 늦을 것 같다는 거짓말을 하고 맙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어딘가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지만 은희는 결국 남자친구에게로 돌아갑니다. 어디까지가 거짓말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보이는 은희의 말과 행동. 하지만 그건 은희 주변의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상 니 행동이 헤퍼서 문제라는 식으로 은희를 몰아붙였던 남자친구 현호는 데이트를 하면서 은희 앞에서 다른 여자 이름을 불러버리고 자신이 드라마 배역 촬영 때문에 찍고 있는 여자 캐릭터 배우 이름과 헷갈렸다고 해명하지만 도무지 해명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또, 마치 은희밖에 모르는 것처럼 위장했던 가짜 순정남 운철은 전처와의 재결합 이후에도 만남을 이어가자는 은밀하지만 속이 뻔히 보이는 제안을 은희에게 건넸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겐 수많은 비난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의 거짓말을 비난했던 사람도 미안해 돌아서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가 직접 거짓말을 해버리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걸까 생각해 봅시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

이 작품 안에는 은희와 선배의 연극 연습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는 이 작품 전체를 결정짓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만나게 됩니다. "진짜라는 게 뭘까요? 전 다 솔직했는걸요."  대사의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부터 거짓말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으로 가면 우리는 그 대사의 진짜 주인공이 은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진짜라는 게 뭘까요? 오늘 하루 동안 은희는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선배 앞에서의 은희는 선배의 꼰대질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바람기 많은 남자친구 앞에서는 연애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당당한 여자친구였습니다. 그에 반해 오랜만에 만난 옛사람 앞에서는 차분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했었고, 타국에서 온 낯선 예술가와의 만남에서는 호기심 많은 젊은 예술가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어쩌면 은희는 그 많은 만남들 속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 즉 연기를 하지 않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상대방이 은희에게 원하는 것일 뿐, 정작 은희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은희는 만남의 상대마다 행동을 달리하며 매번 다른 관계의 결과물들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선배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선배의 눈밖에 나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기를.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많은 남자친구지만 그래도 지금의 연애는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혹시 모를 다른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기를, 그러다 완전히 새로운 만남이 다가온다면 조금은 그 만남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은희가 가지고 있는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니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내뱉는 거짓말들은 오히려 그녀의 가장 솔직한 진심인 것입니다.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는 인연은 있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며 살 순 없습니다. 솔직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 보면 큰 공경이 연달아서 겹치는 최악의 하루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세상은 진짜와 가짜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이 영화도 사실은 모두 거짓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거짓말로 가득 찬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매일매일을 여러분의 진짜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며 살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나의 속마음에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그런 순간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지금 거짓말의 세상에 살고 계신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겨울이 끝나면 다시 봄이 찾아오듯 여러분들도 언젠가는 해피 엔딩을 맞이하시게 될 테니 말입니다.